남자 이야기

그녀는 바보입니다. 차마 그녀를 직접 바라보지 못해 창가에 비추어진 모습만 바라보고 있지만, 그녀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.

그녀는 오렌지 색의 머리핀을 좋아합니다. 거의 매일같이 그 머리핀을 하고 출근하거든요.

그녀는 걸음이 참 느립니다. 사람들과 같이 걸을 때면, 그녀만 항상 뒤처지곤해서 농담 한마디 건네기 어렵습니다.

그녀는 술이 참 약합니다. 회식 자리에선 맥주 한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게집니다.

몇일 전부터 그녀의 핸드폰 벨소리가 익숙한 음악으로 바뀌었던데... 전 아직도 그녀에게 전화하는걸 망설이고만 있습니다.

저는 그녀를 사랑합니다. 그녀의 미소짓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.

그녀는 참 바보입니다. 그녀를 너무도 사랑하는 나의 존재를 모르는...

그녀는 참 바보입니다.



여자 이야기

그는 바보입니다. 그는 내가 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창밖만 바라도는 참 무심한 사람입니다.

그는 참 둔한 사람입니다. 언젠가 그가 칭찬을 해주었던 오렌지 색 머리핀을 매일같이 하고 출근을 하여도 그는 전혀 알아채지 못합니다.

그는 참 용기가 없습니다. 사람들과 같이 걸을 때면 잠시 뒤로 빠져서 나에게 말을 걸 기회를 주어도 바보같이 다른 사람들과 웃고 떠들기만 합니다.

회식자리에선 가끔 그와 눈이 마주칩니다. 그럴때면 전 얼굴이 붉어지곤 합니다.

그는 참 야속합니다. 그가 영화 "If Only"를 감명깊게 보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. 그 뒤로 영화 OST인 "Love will show you everything"으로 그의 벨소리를 바꾸었습니다. 하지만 한번도 그에겐 연락이 오지 않네요. 그 노래라도 너무 듣고 싶어 전체 벨소리로 바꾸었습니다.

저는 그를 사랑합니다. 그를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지만, 그는 저를 바라보지 않습니다.

그는 참 바보입니다. 그를 너무도 사랑하는 나의 존재도 모르는...

그는 참 바보입니다.




written by hackereyes... at 09.06.17

+ Recent posts